혼자 쓰던 PDF를, 팔 수 있는 물건으로 다듬기까지
지난 편에서 코딩을 몰라도 클로드로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 운동 일지 템플릿을 실제로 만들어 판매하기까지의 기록입니다.
부업으로 디지털 템플릿을 팔아보기로 했습니다. 시작점은 예전에 만들어둔 운동 일지였어요.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템플릿은 제가 혼자 쓰려고 PDF로만 만들어둔 것이었거든요. 남에게 팔 걸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제가 운동 기록하려고 대충 만든 개인용이었습니다.
파일은 있었습니다. PDF 네 장이요. 그런데 이걸 그대로 팔 수는 없었어요. 판매용으로 쓰려면 손봐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완성했다”와 “팔 수 있다”는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가지고 있던 PDF를 다시 꼼꼼히 뜯어봤습니다. 제 눈엔 멀쩡했는데, 판다는 관점으로 보니 문제가 계속 보였어요.
첫째, 요일이 제각각이었습니다. 한 세트 안에서 어떤 페이지는 일요일부터, 어떤 페이지는 월요일부터 시작하고 있었어요. 혼자 쓸 땐 몰랐는데 나란히 놓고 보니 어긋나 있더군요. 이런 건 손님이 캘린더에 옮겨 적을 때 헷갈리고, 리뷰에서 바로 지적당하는 부분입니다.
둘째, 파일 이름이 엉망이었습니다. 네 파일이 전부 “주간_운동일지_“로 시작하는데, 정작 셋은 월간이었어요. 혼자 쓸 땐 내가 아니까 상관없었지만, 손님이 압축을 풀면 뭐가 뭔지 알 수 없죠.
여기서 깨달았습니다. 내가 “다 만들었다”고 여긴 물건과, 돈 받고 “팔 수 있는” 물건은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개인용은 나만 알면 되지만, 판매용은 처음 보는 사람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손보는 김에, 코드로 다시 만들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원본 편집 파일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PDF만 있으면 안에 있는 요일이나 이름을 자유롭게 고치기가 어렵거든요. 어차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럴 거면 손으로 다시 만들지 말고 코드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한 번 구조를 잡아두면, 요일을 통일하는 것도 설정값 하나, 파일 이름 규칙을 바꾸는 것도 몇 줄이면 되거든요. 게다가 나중에 다른 크기(A4, A5 등)로 뽑는 것도 자동으로 됩니다. 혼자 쓸 땐 A4 하나면 됐지만, 팔려면 여러 크기를 지원하는 게 나으니까요.
이 판단이 맞았습니다. 클로드와 함께 원본 PDF를 기준으로 레이아웃을 다시 짰고, 어긋났던 요일을 전부 일요일 시작으로 통일했고, 파일 이름도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게 정리했어요. 손으로 했으면 네 파일을 일일이 다시 열어 고쳤어야 할 일을, 설정 몇 개 바꾸는 걸로 끝냈습니다.
가격을 정하기 전에, AI로 시장을 조사했습니다
물건을 다듬으면서 가격이 고민이었습니다. 얼마에 팔아야 할지 감이 없었거든요. 처음엔 욕심을 부려서 8.99달러쯤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근거 없이 가격을 정할 순 없으니, 시장 조사를 해보기로 했어요. 이것도 클로드에게 맡겼습니다.
무엇을 조사했나면, 제가 팔려는 것과 비슷한 운동 기록 템플릿들이 실제로 얼마에, 몇 페이지로, 어떤 키워드를 달고 팔리고 있는지였습니다. 경쟁 상품 서른 개 정도를 뽑아서 가격 분포, 페이지 수, 자주 쓰이는 검색어를 정리하게 했어요.
왜 했나면, 가격은 내 욕심이 아니라 시장이 정하는 거니까요. 내가 8.99달러를 받고 싶어도, 비슷한 물건들이 3~4달러대에 팔리고 있으면 그 가격이 현실입니다.
결과가 냉정했습니다. 이 카테고리에서 4페이지짜리 세트의 가격 천장은 약 4.49달러였어요. 아무리 잘 만들어도 페이지 수가 적으면 그 위로 못 올라갑니다. 8.99달러를 받으려면 페이지를 12~15장으로 늘려야 하는데, 그건 지금 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직 이 물건이 팔리는지조차 모르는데 분량부터 늘리는 건 순서가 틀렸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4페이지에 3.99달러로 정하고, 팔리는지부터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번에 개선할 점도 보였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금 얼마에 팔리나”에 집중했는데, 다음엔 잘 팔리는 상품들이 왜 잘 팔리는지, 그러니까 썸네일 구성이나 상세 설명의 패턴까지 더 깊게 파보려고 합니다. 가격만 아는 것과 “왜 팔리는지”를 아는 건 다른 얘기더라고요. 조사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올리는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물건도 다듬고 가격도 정했으니 이제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등록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산이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화면마다 뭘 눌러야 할지 몰라서, 사실상 한 단계 한 단계 클로드에게 물어보며 진행했어요. 비슷하게 처음 도전하는 분들이 헤맬 것 같은 지점들을 몇 개 정리해봅니다.
상품 유형을 잘못 고를 뻔했습니다. 분명 다운로드 파일을 파는 건데, 등록 화면에서 자꾸 배송 정보를 입력하라고 하더군요. 알고 보니 상품을 “실물”로 골라놨던 거였어요. 이대로 올렸으면 손님이 택배 상품으로 결제하고 파일은 안 받아졌을 겁니다. “디지털”로 바꾸니 그제서야 파일 올리는 자리가 나타났습니다.
결제와 신원 확인 절차도 낯설었습니다. 판매 대금을 받으려면 별도 결제 서비스에 가입하고 신원 확인을 해야 하는데, 영문 주소를 넣는 것부터 이게 맞는 절차인지까지 하나하나 확인이 필요했어요. 중간에 유료 구독을 권하는 화면도 있었는데, 지금 단계에선 필요 없는 거라 넘겼습니다.
이런 걸 물어볼 때 요령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화면이 나올 때마다 스크린샷을 찍어 “이거 뭐예요?”라고 통째로 물었는데, 이러면 매번 상황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돼서 비효율적이었어요. 나중엔 방식을 바꿨습니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내 상황을 정리한 메모를 먼저 만들어두고, 질문할 때 “지금 이 단계에서 이것만 확인하면 돼”라고 좁혀서 물었습니다. 배경을 매번 반복하지 않으니 대화가 훨씬 간결해지고, AI를 쓸 때 드는 비용(토큰)도 줄었어요. 한 번에 하나씩, 맥락은 파일로 고정해두고 질문은 좁게. 이게 제가 찾은 요령입니다.
아쉬웠던 점, 그리고 올렸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첫 상품을 올렸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요. 이 마켓은 매월 일정 금액의 고정비가 나갑니다. 아직 하나도 안 팔렸는데 유지비부터 나가는 구조인 거죠. 이 부분이 계속 걸립니다. 그래서 정했습니다. 일단 3개월 정도 해보고, 그래도 별로면 다른 판매 경로를 찾아보려고요. 한 곳에만 매달릴 이유는 없으니까요.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판매는 0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뿌듯합니다. 매출이 나서가 아니라, 머릿속 계획이 실제로 세상에 나온 물건이 됐거든요. 0에서 1이 되는 거잖아요.
다음 편에서는 이걸 코드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첫 판매까지 실제로 며칠이 걸렸는지(혹은 안 걸리는지) 숫자를 그대로 공개해보려 합니다. 잘 팔렸다는 자랑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그대로 남기는 기록으로요.
비슷하게 뭔가 만들어 팔아보려는 분이 있다면 한 가지만 전하고 싶습니다. “혼자 쓰던 것”과 “팔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고, 그건 직접 부딪혀봐야 보인다는 것. 저도 이번에 그걸 배웠습니다.